미국 주식시장의 역사에는 투자자들의 공포와 탐욕이 극단으로 치달았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CNN에서 제공하는 공포와 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는 이러한 투자 심리를 0에서 100까지 숫자로 나타낸 지표인데요.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시장에 ‘공포’가 극심하고, 100에 가까울수록 ‘탐욕’이 극에 달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지수는 주가 모멘텀, 주식 가격 강도, 투자자 수급 동향 등 7가지 시장 지표를 종합하여 산출되며, 50 정도면 중립적인 심리 상태, 25 이하면 극도의 공포, 75 이상이면 극도의 탐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 지수를 보면 요즘 투자자들이 얼마나 겁을 내고 있는지, 혹은 얼마나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죠. 공포지수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은 시장을 겁내고 있고, 매도하고 있다는 뜻이며, 탐욕지수가 높을수록 시장을 우습게 여기고, 적극 매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Fear & Greed 공포지수 보는법
이 지표는 CNN비즈니스가 주가 모멘텀, 주식 거래 강도, 수급 동향, 옵션 시장 동향, 정크본드 수요, 시장 변동성(VIX), 안전자산 선호도까지 총 7가지 시장 지표를 종합해 산출합니다.ㄹ
간단히 말해, 주가가 얼마나 오르고 있는지, 투자자들이 안전한 국채보다 위험한 주식이나 고위험 채권을 얼마나 선호하는지, 옵션시장에서는 투기적 베팅이 늘고 있는지 등을 모두 반영해 현재 시장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지 욕심을 내고 있는지 나타내는 것이죠. 숫자가 높다고 꼭 좋은 것도, 낮다고 꼭 나쁜 것도 아닙니다. 다만 투자자들의 “심리 온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심리가 한쪽으로 극단으로 치우쳤을 때는 오히려 시장의 변곡점이 찾아올 수 있다는 반대 지표로 참고하기도 합니다.

2025년 4월 4일 기준으로 피의 금요일이 지난 이후 시장은 어마어마한 공포에 휩싸였죠. 덕분에 공포지수는 4까지 떨어지며 역대급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역사상 이정도의 공포지수가 찍힌 적은 거의 없었는데요.
이 글에서는 2000년부터 2025년까지 공포와 탐욕 지수가 특히 크게 출렁였던 시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닷컴 버블(2000~2002년), 글로벌 금융위기(2007~2009년), 코로나 팬데믹(2020년) 시기에 투자 심리가 어떻게 변했고, 그에 따라 미국 주식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케이스인 2025년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로 인한 역대급 폭락의 경우까지 살펴보겠습니다.
복잡한 경제 용어나 어려운 표현은 최대한 피해서, 주식 초보자 분들도 이해하실 수 있도록 쉽고 편한 말투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각 시기별로 투자자들의 공포와 탐욕이 어떻게 시장을 움직였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닷컴 버블 (2000~2002년)
닷컴 버블 시기는 인터넷과 기술주의 급성장에 대한 끝없는 낙관으로 가득했던 시대였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투자자들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너도나도 기술주에 뛰어들었는데요. 당시 공식적인 공포지수 보는법과 탐욕지수는 없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 시기 투자심리는 가히 “역대급 탐욕” 상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익은커녕 사업 모델조차 없던 인터넷 기업들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주가가 폭등하는 동안 과열된 시장에 대한 경계심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쉽게 말해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는 탐욕과 과신이 시장을 지배했던 겁니다.
그러나 탐욕으로 가득했던 거품은 결국 터지고 말았습니다. 2000년 3월을 정점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기 시작했고, 2002년 말까지 이어진 붕괴 과정에서 투자 심리는 극도의 공포로 돌아섰습니다. 한때 정점이었던 나스닥 지수는 2년 만에 무려 77% 가까이 폭락하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는데요.

눈부시게 성장할 것만 같았던 많은 닷컴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주가가 0에 수렴했고, 이전까지 욕심을 내며 주식을 사들이던 투자자들은 오히려 앞다투어 주식을 팔아치우기에 급급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탐욕’이 ‘공포’로 순식간에 뒤바뀐 닷컴 버블 붕괴는 투자자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습니다. 거품기에 들뜬 마음으로 무리하게 투자했던 분들은 큰 손실을 보았고, “한번 오른 주식은 절대 안 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결국 이 사건은 지나친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모두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한편, 당시 공포에 질려 주식을 급히 팔았던 투자자들과 달리 시장의 공포가 극심할 때 담담하게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도 있었습니다. 닷컴 버블 붕괴로 모두가 겁을 먹었던 2002년 즈음에 용기 내어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이후 찾아온 시장 회복기에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거품이 걷힌 뒤에도 기술 혁신은 계속되었고, 공포로 인해 과도하게 낮아진 주가들은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닷컴 버블은 탐욕과 공포의 극단을 맛본 사건이었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이러한 폭락 이후에 다시 상승장이 찾아온다는 것도 역사가 보여주는 사실입니다. 결국 너무 탐욕스러울 때 흥분하기보다는 경계하고, 모두가 두려워할 때 차분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 시기가 보여주었습니다. 공포지수 보는법을 잘 배워두었다면 효과가 있었겠죠?
글로벌 금융위기 (2007~2009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한동안 침체되었던 시장은 2003년부터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주택시장 호황과 함께 또 다른 버블이 형성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저금리와 부동산 대출 확대로 집값이 급등했고, 월가에서는 복잡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등 탐욕이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요.
처음에는 모두가 돈을 벌어 행복한 분위기였지만, 2007년을 지나며 점점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2008년에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사태가 폭발했고, 그 해 가을부터 전 세계 주식시장은 급격한 추락을 겪게 됩니다. 그야말로 금융위기의 시작이었지요.

2008년 하반기의 시장 심리는 가히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 소식이 전해진 9월 2008년, CNN 공포와 탐욕 지수는 12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지표가 0에 가까울수록 공포가 극심한 것인데, 12면 거의 바닥에 가까운 극단적인 공포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5 이하면 극한의 공포
- 50 이하면 공포
- 75 이하면 탐욕
- 100 이하면 극한의 탐욕
그만큼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져 있었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뉴욕증시의 S&P 500 지수는 2007년 고점 대비 약 57% 급락하여 2009년 3월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는 반토막 이상 났고,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주식을 팔아치우기에 바빴습니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현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모두가 절망하고 두려워하던 순간이 가장 좋은 매수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공포와 탐욕 지수가 극도로 낮았던 금융위기 시기에 용기 있게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이후 큰 이익을 얻었는데요.
2009년 초 공포의 절정에서 주식을 산 사람들은 그 해 말부터 시작된 강력한 반등장의 과실을 톡톡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CNN 공포와 탐욕 지수의 관점에서 보면, 지수가 극도로 낮아졌을 때 시장은 바닥을 찍고 오르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증명된 셈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모두가 두려워했지만, 결과적으로 2008~2009년의 극심한 공포 뒤에는 2010년대의 긴 상승장이 찾아왔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순간의 탐욕이 얼마나 큰 위기로 바뀔 수 있는지, 또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기회를 잡는 이들은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2020년)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긴 불마켓(상승장)은 무려 1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특히 미국 기술주들은 혁신에 힘입어 큰 성장을 거듭했고, 2020년 초까지 미국 증시는 꾸준한 우상향 흐름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2020년 초반에 들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상황이 순식간에 반전되었습니다. 2020년 2월까지만 해도 “경제가 튼튼하다”는 평가 속에 비교적 낙관적이었던 시장 분위기가, 불과 몇 주 만에 극도의 공포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투자심리 지표인 공포와 탐욕 지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2020년 3월 12일 이 지수가 2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데이터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지수가 2라니, 사실상 시장에 공포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코로나의 충격으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자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고, 그 결과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 모두 역사적으로 손에 꼽힐 만큼 빠른 속도로 폭락했습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주가가 30% 이상 급락할 정도로, 2020년 3월 시장은 그야말로 공황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공포는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았습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신속하게 개입해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자, 2020년 4월 이후 시장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믿기 힘들겠지만,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투자 심리는 다시 탐욕 쪽으로 기울었는데요. 2020년 6월 무렵에는 공포와 탐욕 지수가 다시 탐욕 단계까지 올라왔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급락장에서 주식을 팔지 않고 버틴 분들이나 저점에서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이후 찾아온 가파른 반등장 덕분에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요.

실제로 미 증시는 2020년 하반기에 놀라운 속도로 회복되었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사상 최고가를 연이어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자신감도 크게 회복되었습니다. 두려움에 떨었던 2020년 3월과 들뜬 분위기의 2021년을 비교해 보면, 시장 심리가 얼마나 빠르게 바뀔 수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극도의 공포 뒤에는 오히려 탐욕으로의 전환점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모두가 겁에 질려 있을 때 용기 있게 시장에 남아 있던 투자자들은 보상을 받았고, 위기가 지나간 뒤에는 다시 투자 열기가 살아났습니다.
물론 코로나처럼 특수한 사례는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공포와 탐욕 지수는 이러한 투자 심리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투자자들에게 유용한 힌트를 주곤 했습니다. “남들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욕심을 내고, 남들이 욕심을 부릴 때 두려워하라”는 워렌 버핏의 조언처럼 2020년의 시장은 그 말을 몸소 증명해 보인 셈입니다.
2025년 트럼프정부 상호관세 부과
2025년 4월 2일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자마자 미국 증시는 폭락하기 시작합니다. 투자자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이에 따라 탐욕지수도 급등하게 되는데요.

역대급의 지표가 나왔던 코로나 시기 이후에 가장 낮은 값을 찍음으로서 엄청난 공포에 휩쌓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이로 인해 미국 주식의 대부분은 10% 가까이 폭락했으며 레버리지 ETF 들은 50% 까지 폭락한 종목들도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ETF 가 바로 SOXL 반도체 3배 레버리지 ETF 였는데요.
SOXL ETF 종목은 불과 이틀간 48% 에 달하는 폭락을 보여주면서 순식간에 반토막이 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도 일정 부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있던 종목이라 참, 마음이 안타깝네요. ㅠ
그 밖의 시기와 공포·탐욕 지수가 주는 교훈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사례 외에도, 2000년부터 2025년 사이에 크고 작은 이벤트마다 투자자들의 심리 지표는 출렁였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대 후반 몇 차례 작은 급락이나 조정 때는 공포와 탐욕 지수가 일시적으로 공포 영역으로 떨어지기도 했고, 반대로 장기간 상승장이 이어질 때는 탐욕 지수가 매우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까지는 각종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의 분위기가 상당히 들떴는데요. 실제로 2022년 초 공포와 탐욕 지수가 약 78까지 올라 “극도의 탐욕” 수준을 보였고, 곧이어 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겪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지수가 지나치게 탐욕적으로 높아지면 거품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반대로 지수가 극도로 낮아지면 주가가 바닥에 임박했다는 신호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리해 보면, CNN 공포와 탐욕 지수는 투자자들의 감정 변화를 숫자로 보여주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물론 이 지수 하나만으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순 없겠지만, 역대 사례들을 볼 때 지수가 극단에 치달았을 때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닷컴 버블 시기의 끝없는 탐욕,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깊은 공포, 코로나 사태 당시의 공포와 그 후의 탐욕까지 – 결국 시장은 이렇게 인간의 감정이 반복되는 사이클을 그리며 움직였습니다. 주식 초보자 분들께서도 이 지표와 역사적 사례들을 참고하신다면, 시장 분위기를 읽는 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실 거예요.
너무 탐욕스러울 때는 한 걸음 물러나 보고, 모두가 두려워할 때는 용기를 내라는 말처럼, 극단적인 공포와 탐욕의 순간들을 지혜롭게 활용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장의 역사는 반복되지만, 그 속에서 배우는 우리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겠지요. 공포와 탐욕 지수가 알려주는 교훈을 염두에 두며, 늘 현명한 투자 판단을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끝.